안녕 정유년! 2017년.

병~~신같던 2016 병신년의 기억을...

아직까지 못지우고 헤메이는 나.

 

20대 초반에 티스토리를 하면서, 울고 웃고 내 대나무 숲이었는데....

잠시 눈을 감았다가 살짝 선잠이 든 것 같았는데... 깨어보니....

벌써 난 30대 중반으로 접어들려고 하고 있다.

 

20대 때와 비교하여 변한 것은.

물리적인 나이를 많이 먹었다는 것.

 

변하지 않은 것은 아직 휘청거린다는 것. 일이든, 사람이든, 사랑이든....

계속해서 휘청거린다는 것.

 

주변은 이제 휘청거리지 않고 굳건히 서있는 게 대부분인데...

난.. 어찌나 더딘지. 아니 오히려 퇴보하는 것인지...

더 더욱 휘청거리게 되었다.

 

문득 얼마 전 친구와 다시 본 나의 인생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 떠오른다.

영화를 다 본 내 친구는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마츠코... 좀 너 같아."

 

어여쁘고 노래하기를 좋아하는 중학교 교사 마츠코.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그녀는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교사에서 일자리를 잃고 폭력을 쓰는 남자와 동거, 그리고 자신의 몸만 탐하던 유부남과의 만남, 호스티스, 살인, 교도소, 깡패남과의 만남 등....

계속해서 바닥에 바닥을 치고 있었다.

그녀의 인생을 말하는데 있어서 꼭 빠지지 않는 것은 남자 , 사랑.

사실 그녀에게는 애정결핍이 있다.

아픈 동생때문에 아버지에게서 받지 못했던 관심과 사랑.

결핍이 있었던 그녀는 아버지에게 사랑을 받기를 원했기에.. 아버지를 웃게 하는 괴상한 표정을 종종 지었고

그것이 잘못된 습관으로 남아.. 당황스러운 순간에 그 표정을 짓게 되었다.

 

그리고. 사랑을 끊임없이 갈구하게 되었고, 온 맘 다해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항상 버림받고 상처받는다.

 

 자신을 첫 나락으로 빠뜨린 중학교 제자, 우연히 재회 후,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는데

그 남자에게 마츠코는 온 맘 다해 사랑을 주었지만 결국 버림을 받았고 이후, 어이없게 죽음을 맞이한다.

 

거기가 영화의 끝이 아니다.

그 남자는 마츠코를 다시 찾아왔고, 마츠코가 얼마나 숭고한 사랑을 주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가슴을 울린 한마디.

"마츠코는 나의 종교였습니다."

 

그래.

나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나의 첫사랑.  L군. 너무나 숭고한 사랑을 주었던 그...

참 가난했던 그는

힘든 대학원생활에도 불구하고, 생활을 하기위해서는 과외를 꼭 해야만 했었는데...

없는 그 형편에도 꼭 나에게는 최고의 것을 주고 싶어했고, 나를 최고의 여자로 만들어 주고 싶어했고

나를 너무나 자랑스러워하고 참 많이 사랑해줬다. 처음에 반대했던 내 주변 모두가 그를 응원하고 지지할정도로 말이다.

 

헤어지고 난 뒤. 그제서야 나는  L군이 나의 첫사랑임을 깨닫게 되었으며 그가 나의 종교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헤어짐을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원망도 했었지만.. 정신을 차리면서부터...점점...

나의 종교였던 그가 행복하길. 나보다 더 좋은 여자를 꼭 만나길 진심으로 빌었다.

 

난 참 L군에게 의지를 많이 했었다.

 

사람이란, 겉만 보고는 알 수가 없다. 밝고 아무 고민없어 보이지만...

다 각자의  나름의 사정이 있고 아픔이 있기 마련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남들이 보기에 굉장히 밝고 사랑많이 받고 자랐을 거 같은 난

사실.. 애정결핍이 있었다. 그리고 그 당시 힘든 상황이었다.

그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줬던 L군.

가부장적이고 차가운 성격이셨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사랑까지도 L군이 충족시켜주었다.

 

당이 부족하면 단 것을 찾게 되고

염분이 부족하면 짠 것을 찾게 되는 게 우리 몸의 신비다.

그것처럼 애정이 늘 고팠던 나는

자연스럽게 사랑을 갈구하고 중독되었던 것 같다.

 

참 사랑을 열렬히 했다.

L군에게 받은 사랑을.

다음 번 사랑에게. 그 다음 번 사랑에게도 열렬히 주었다.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사랑도 있었고

일방적인 사랑때문에 아파한 적도 있었다.

 

어린 시절에는 그것이 너무 견딜수가 없었다.

나는 사랑을 이만큼 주었는데.

왜 상대방은 그만큼 주지 않을까? 왜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걸까.

 

그러다가 우연히 깨닫게 되었다.

 L군과 만날 때, 나는 그가 주는 사랑만큼 줬던가...

아니었다.  결코 아니었다.

하지만,  L군은 행복해했다. 분명 그가 더 많은 사랑을 주었는데도 말이다.

 

사랑을 주면서 느끼는 벅차오르는 행복감.

 

그때부터 받는 사랑보다 주는 사랑의 기쁨을 알기 위해 노력했다.

성격적으로 베푸는 것 나누는 것이 익숙했기에.. 그렇게 거부감이 없었다. 익숙해졌다.

 

계속 사랑을 했다. 계산하지않고 온 맘 다해서 사랑했다.

사랑하며 본의 아니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상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 상처도.. 시간이 흐르니 책갈피 같은 추억이 되었다.

 

나는 이렇게 사랑해왔던 내 방식이 맞다고 생각했다.

항상 행복하지만은 않지만,

서서히 상대의 진심을 열고 사랑하고 웃고 아파하고 그게 나는 좋았다.

 


 

irony.

사랑을 하면 할 수록

의문이 드는게 있다.

내가 진짜 이 사람을 사랑하긴 하는 걸까?

분명히 좋아하고 함께하면 즐겁고 같이 계속 있고싶지만

내가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이 정말 사랑하는 걸까?

이게 사랑일까? 얼마나 사랑해야  상대방과 육체적인 사랑도 나눌 수 있을까?

끊임없는 의문이 들었고, 쉽사리 답을 찾을 수 없었다.

 

나는 분명히 사랑을 했고 사랑을 계속 해왔었지만

사실 사랑한다는 말을 입밖으로 내본 적이 없었다.

 

뭔가 되게 거창한 사랑이어야만,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있을 거 같은 느낌.

 


" 따르릉~"

" 응 ~ 아무 이유없이 그냥 전화했어"

 

작년 중순에 결혼까지 생각했던 동갑 남자친구에게 했던 말이고 그가 아주 좋아했던 말 중 하나이다.

 

나는 전화하는 것을 참 좋아했다.

상대방과 만나지 못할때, 뭐 딱히 할 이야기 거리도 주제도 없는데

그냥 통화해서 주저리주저리 떠들고, 그의 이야기를 듣고 그게 참 좋았다.

정말 아무 이유 없이 종종 전화했고, 통화하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고 .. 

 

 사랑해.

내 입에서 나왔다. 사랑한다는 말.

그 전에 더 큰 사랑을 받았었고 더 대단한 사람과 더 대단한 사랑들을 했었지만

그때도 안나왔던 말.

나왔다. 사랑해.

 

아무 이유없었다.

돌아가신 그의 어머니가 자주 만들어 줬다던 골뱅이 무침.

그 레시피로 직접 만들어준 골뱅이 무침과 소주를 한 잔하며.

 

추위에 오들오들 떨며 혜화에서 연극보기 전 포장마차에서 어묵과 떡볶이를 먹으며.

 

바람이 선선히 불던 어느날, 여의도 공원에서  소박한 텐트를 치고 누워 그가 들려주는 기타연주+ 노래소리를 들으며.

 

그와 그의 친구와 셋이서, 집 근처 허름한 파전집에서 막걸리를 먹으며.

 

굉장히 짜증나는 날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짜증을 엄청 내고 있는데

뽀뽀가 필요한 타이밍이야~ 이러며 뽀뽀를 받은 날.

 

그의 손을 꼭 잡고 가서, 그가 하는 사회인 야구팀의 야구경기를 관람했던 날.

 

그가 지방 출장을 다녀와서 서로가 일때문에 피곤에 찌들려있지만

그 잠시를 보겠다고 서울역 근처, 숙대입구에서  그 수많은 인파속에서 재회를 했을 때.

 

찌는 듯한 더위에 옥상에 돗자리를 피고 삼겹살을 구워 소주를 먹었을 때.

 

동네 중국집에서 탕수육과 중국술을 시켜 먹을 때.

 

아무 이유없이 사랑한다는 말이 너무 하고 싶었고

나도 모르게, 사랑해 라고 말했다.

 

 

그랬던 그 사랑도.. 끝이 났다.

추억을 헤집어보면 아직 아리고 생각이 많이 난다.

하지만 결론은 그와의 사랑은 이제  과거라는 명사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몇 달 후,

 

새로운 사람이 나타났다.

 

이 사람은 사랑일까?

과연 사랑일까?

 

전혀 내 스타일도 아닌데

외모든 성격이든 뭐든...

 

사람이 사람을 알게 되고 좋아질 때는,

꼭 우연히 자기도 모르게 스며드는 것이 아니라..

.

어쩔 수 없이 강제로 좋아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물론 그 이유조차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불가피하게 상황이 만들어졌고, 욕구를 누르고 나 자신을 억압하는 금욕주의를 갖고 있는 나는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세뇌하듯 좋아해야만 한다라고 반사적,자동적으로  그렇게 뇌와 몸이 프로세싱이 되었고

 

그러다보니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이 사랑인지 뭔지 헷갈렸다.

사랑.

상대에게 받기만을 원하는게 아니라... 서로가 주고받는 사랑.

아니 단순히 주는 사랑도 익숙했었지만..

 

이상하게도 이번에는...

내가 스스로 좋아서 하는  것이었고 내 의지로 한 행동들인데도... 서러움과 아픔이 밀려왔다.

 

이건 뭘까. 이건 무슨 감정일까? 사랑일까???

 

며칠 전 모 케이블 방송 말하는대로라는 프로그램에서

연애 칼럼니스트가 한 말이 떠오른다.

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어떤 상황에도 그 사람을 보려고 한다는 것 !

 

1시간 남짓 얼굴을 보기위해

왕복 3시간의 거리를 가는 것

 

별 다른 용건도 없는데

작은 것을 전달하기 위해 가는 것.

 

 

이것이 사랑이라면....?

그래. 어쩌면, 사랑인가보다.

 

나에 대해 알려주고 싶고

그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고

 

그리고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고

나만 바라봐주었으면 좋겠고

 

그에게 한없이 예뻐보였으면 좋겠고

 

그래서 무리를 해서 다이어트를 하고, 평소 입지 않는 스타일의 옷을 사고

그를 보기 직전엔, 항상 다시 세안을 하고 정성들여 화장을 했었고,

 

 

좋은 것이 있으면 제일 먼저 그 사람이 떠오르면서 같이 하고 싶고

같이 먹고싶은 것도 많고, 같이 하고 싶은 것도 생겨나고...

 

그가 힘들어 보이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고

고민이 있다면 털어놔주었으면 좋겠고

 

그가 사는 공간도 궁금해지고 어떻게 사는지... 가보고싶고

그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어떤지 궁금해지고

 

내 친구와 지인들도.. 소개시켜주고 싶어지고

 


내가 느꼈던 일반적인 이 감정들이..

일반적인 연애의 감정이고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사랑하게 되면 느끼는 감정이다.

 

 

하지만 결코, 사랑이 아니었다.

 

 

사랑은 그 어떤 걸로도 설명될 수 없고,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자연스럽게 흘러가야하며..

논리적으로 말이 안되는데도, 이해가 되는 것이 바로 사랑이다.

 

사랑은 숭고하고 깨끗하여 맑은 아이의 영혼과 같은 것!

 

그래서, 그렇기에 사랑이 아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상대는 사랑이 아니었다.

 

혼자서도, 혼자만으로도 사랑이 될까?

사랑은 상호작용과 영속성이 있어야하는데..

그래야 그 사랑이 생성이 되고, 유지가 되는데

 

 

혼자서만 한 것이 진정, 사랑일까?

 


그렇다면, 외도(cheating)는 사랑일까?

 

두 사람이 만나서 하는 사랑이지만

알고보면 세명이 끼여있고,

더 깊숙히 들여다보면, 한 명을 두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혼자하게 되어버린 사랑....

 

머리 속으로는 안된다고 하는데, 자신도 모르게 부정한 것을 하는 것.

혹은, 의도를 가지고 하는 것.

(어쨋든, 둘 다 본인의 의지이긴 하다.)

 

외도는 사랑일까?

아니다. 사랑이 아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사랑은 숭고하고 깨끗하여 맑은 아이의 영혼과 같은 것이다.

 

사랑은 부정한 것이 아니다.

아름답고, 그 무엇으로도 형언할 수 없는 고귀한 것이다.

 


 

그렇다면 한 쪽은 부정이었다해도, 다른  한 쪽은 사랑이었다면?

그 다른 한 쪽이 한 것은 과연  사랑일까?

 

 

하얀도화지에 을 듬뿍 머금은 붓을 떨어뜨리면 금방 까맣게 변한다.

맑고 잔잔한 호수에 작은 을 던져도 금방 흐트러진다.

 

사랑이 아니다.

 


 

칠흙같은 어둠에서 작은 초를 하나 켜도 밝아진다.

어둠을 빛을 이기지 못한다.

 

사랑이다.

 


 

모르겠다. 밤늦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이런 저런 상념에 빠져서

대나무 숲에 쏟아내는 이 감정은...

 

 또 , 무엇일까?

 

 

사랑이면, 위안이 될까

아니면 오히려 사랑이 아니라면 위안이 될까.

 


나에게 솔직해지자.

 

솔직하게

모르겠다.

 

 

어둡다 밉다 무섭다 부셔버리고싶다

 

내 몸과 영혼의 어두움, 때, 더러움 모조리 다 벗겨버리고싶다

 

증오한다. 밉다. 뛰어내리고싶다.

 

 

그러면서 알 수 없이 떠오르는 애잔함.

 

 

 

 

모르겠다. 두서가 없네.

 

복잡하다.

잠은 들지 않고

오늘도. . 하얗게.. 머리 속은 까맣게....

 

 

 

 

Posted by PaperR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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